주식 투자에서 가장 자주 보는 숫자는 가격이다. 장 시작 전에도 보이고, 장중에도 보이고, 장이 끝난 뒤에도 보인다. 가격은 숫자로 찍힌다. 오르고 내린다. 사람들은 그 숫자를 보며 사고, 팔고, 후회하고, 다시 산다.
그런데 가격은 투자자가 소유한 것이 아니다.
투자자가 소유한 것은 기업의 일부다. 더 정확히는 그 기업이 앞으로 만들어낼 경제적 이익에 대한 청구권이다. 그 이익이 얼마나 클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그중 얼마가 결국 주주의 이익으로 이어질지는 숫자로 바로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가치는 추정해야 한다.
John Burr Williams가 파고든 것도 이 추정의 문제였다. 그의 질문은 현장에서 시작됐다. Harvard Business School을 거쳐 증권분석과 투자 업무를 경험한 그는, 대공황 이후 시장과 기업가치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지 더 깊게 다루기 위해 Harvard 경제학 박사과정으로 들어갔다.
그는 주식의 가치를 시장 분위기나 최근 가격 움직임에서 찾기보다, 앞으로 투자자에게 돌아올 현금흐름의 현재가치에서 찾으려 했다. 이것이 우리가 지금 DCF(Discounted Cash Flow, 현금흐름할인법)라고 부르는 사고의 핵심이다. Williams는 이 관점을 Harvard 박사논문으로 정리했고, 1938년 The Theory of Investment Value라는 책으로 출판했다.
이 글은 DCF 계산법을 가르치는 글이 아니다. 오히려 DCF를 공식으로만 배우면 놓치기 쉬운 태도를 다룬다. 미래를 추정해야 한다는 불편함, 할인율을 정해야 한다는 불확실성, 그리고 가격과 가치를 구분해야 한다는 훈련이다.
Williams가 남긴 것은 정답 공식이라기보다 질문의 형식이다. 가격이 아니라 기업이 만들 현금흐름을 보고, 그 현금흐름이 얼마나 주주의 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묻는 방식이다.
John Burr Williams가 풀고자 한 문제
John Burr Williams를 DCF라는 계산법 하나로만 기억하면 놓치는 부분이 있다. 그가 붙잡은 문제는 훨씬 현실적이었다. 시장에는 언제나 가격이 있다. 하지만 그 가격이 싼지 비싼지 말하려면, 먼저 가치가 무엇인지 설명해야 한다.
Williams에게 이 문제는 투자 원칙의 문제가 아니라 설명의 문제였다. 주식의 적정가는 어떻게 추정할 수 있는가. 기업의 가치는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 투자자가 소유한 권리는 결국 어떤 경제적 이익으로 이어지는가. 그는 이 질문을 경제학의 언어로 정리하려 했다.
시대 배경도 중요하다. 1929년 대공황 이후, 시장 가격을 그대로 믿기 어려운 시간이 지나고 있었다. 어제의 가격이 오늘의 가치라는 믿음은 크게 흔들렸다. Williams의 질문은 그런 시대 분위기와 떨어져 있지 않다. 가격이 무너졌을 때도 남는 가치는 무엇인가. 주식을 차트 위의 점이 아니라 미래에 돈을 돌려줄 수 있는 자산으로 볼 수 있는가.
그가 한 일은 겉으로 보면 단순했다. 주식의 가치를 앞으로 받을 배당, 더 넓게는 투자자에게 돌아올 현금흐름의 현재가치로 설명하려는 접근이었다. Williams가 정리한 이 사고는 이후 우리가 지금 DCF라고 부르는 가치평가 모델들의 중요한 출발점이 됐다.
현재가치라는 개념은 Williams 이전에도 있었다. Williams의 기여는 그 논리를 보통주 가치평가의 중심 언어로 밀어 올린 데 있다. CFA Institute도 Williams의 1938년 작업을 중요한 출발점으로 본다. 보통주의 내재가치를 미래 현금흐름의 현재가치로 보는 관점이, 이후 오늘날의 DCF valuation models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결국 질문의 본질은 하나다. 이 기업은 소유자에게 어떤 경제적 이익을 남길 수 있는가.
DCF는 공식이 아니라 태도다
DCF를 처음 배우면 공식이 먼저 보인다. 미래 현금흐름을 추정하고, 각 기간의 현금흐름을 현재가치로 할인해 더한다. 엑셀로도 할 수 있다. 숫자를 넣으면 목표가처럼 보이는 결과가 나온다.
하지만 DCF가 엑셀 공식에서 끝나면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DCF의 진짜 역할은 네 가지를 강제로 쓰게 만드는 데 있다.
- 어떤 현금흐름을 볼 것인가.
- 그 현금흐름은 얼마나 오래 지속될 것인가.
- 그 미래 현금흐름에는 어떤 위험이 있는가.
- 내 결론은 어떤 가정 하나에 얼마나 크게 흔들리는가.
어려운 것은 계산이 아니라 가정이다. 성장률 1%p, 할인율 1%p 차이로 가치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DCF는 확신을 만들어주는 기계가 아니다. 투자자가 자기 가정을 드러내게 만드는 도구에 가깝다.
좋은 DCF는 “정답 가격”을 알려주지 않는다. 대신 투자자에게 묻는다. 당신은 이 기업의 미래에 대해 무엇을 믿고 있는가. 그 믿음은 어느 숫자에 들어가 있는가. 그 숫자가 틀리면 결론은 얼마나 달라지는가.
그래서 DCF는 공식이 아니라 태도다.
개인투자자에게 이 질문이 왜 필요한가
개인투자자는 가격 변화에 노출되어 있다. 가격은 매일 보인다. 뉴스는 계속 나온다. 테마는 바뀐다. 남들이 무엇을 샀는지, 무엇을 팔았는지, 어떤 종목이 급등했는지 계속 보인다. 이 환경에서는 내가 무엇을 소유하고 있는지 잊기 쉽다.
주식을 산 이유가 가격 움직임뿐이었다면, 주식을 팔 이유도 가격 움직임뿐이 된다.
이럴 때 Williams의 질문이 필요하다. 이 기업은 앞으로 어떤 현금흐름을 만들 수 있는가. 무엇이 그 현금흐름을 오래 지속하게 하는가. 지속되려면 어떤 재투자가 필요한가. 경영진은 벌어들인 돈을 어떻게 배분하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투자는 쉽게 흔들린다. 반대로 답하려고 노력하면, 적어도 내가 무엇을 믿고 있는지는 알 수 있다. 그 믿음이 틀렸을 때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도 더 빨리 보인다.
Williams의 질문으로 돌아가기
John Burr는 가격을 무시하지 않는다. 가격은 중요하다. 다만 가격만으로는 내가 무엇을 소유하고 있는지 설명할 수 없다.
그래서 먼저 물어야 할 것은 기업이 만들어낼 경제적 이익이다. 어떤 현금흐름을 만들 수 있는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는가. 무엇이 나오면 내 가정이 틀렸다고 볼 것인가.
Williams가 남긴 질문은 계산식보다 오래 남는다. 가격이 바뀔 때마다, 투자자는 자신이 무엇을 믿고 있었는지 다시 확인해야 한다.
나는 무엇을 근거로 이 기업을 보유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