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는 자주 기관을 부러워한다. 리포트를 먼저 보고, 기업을 만나고, 데이터를 더 많이 사고, 모델을 더 정교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개인도 어느 순간 기관 흉내를 내기 시작한다. 이번 분기 실적을 예측하려 하고, 목표주가 변화를 따라가고, 큰 자금의 수급을 읽으려 하고, 남들보다 뉴스를 빨리 해석하려 한다.
바로 그 순간 개인의 장점은 사라진다. 개인의 우위는 정보 우위에서 나오지 않는다. 기관보다 더 기관처럼 굴 때가 아니라, 기관이 구조적으로 하기 어려운 일을 할 때 생긴다.
여기서 말하는 기관은 모든 전문투자자를 한데 묶은 말이 아니다. 큰 자금, 위임받은 자본, 성과 평가, 환매 압박을 안고 움직이는 투자자를 말한다. 기관은 강하다. 하지만 강하기 때문에 선택지가 줄어든다.
기관의 강점은 동시에 제약이다
기관은 더 많은 사람과 시스템과 자본을 갖고 있다. 이 장점은 분명하다. 회사를 더 자주 만날 수 있고, 산업 데이터를 더 넓게 볼 수 있고, 모델을 더 정교하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큰 자본은 제약이기도 하다.
큰 자금을 운용하는 투자자는 충분히 큰 금액을 넣을 수 있는 종목을 찾아야 한다. 유동성이 낮은 종목은 사고파는 과정 자체가 가격을 움직일 수 있다. 너무 작은 기업은 분석할 가치가 있어도 포트폴리오 전체 성과에 기여하기 어렵다. 좋은 기회가 보여도, 너무 작으면 큰 자금의 수익률을 바꿀 만큼 담기 어렵다.
Berkshire Hathaway도 비슷한 문제를 여러 번 설명했다. 2003년 주주서한에서 Buffett은 Berkshire의 자금 규모가 커지면서, 성과에 의미 있게 영향을 줄 만큼 큰 규모로 살 수 있는 저평가 주식의 수가 과거보다 크게 줄었다고 썼다. 이것은 Buffett의 능력이 줄었다는 말이 아니다. 자본의 크기가 투자 가능한 세계를 바꾼다는 뜻이다.
개인은 여기서 다르다. 개인은 작은 기업, 낮은 유동성, 제한된 커버리지의 세계를 볼 수 있다. 한국 시장에서도 리포트가 거의 없는 코스닥 중소형주나 하루 거래대금이 작은 기업은 큰 자금에는 다루기 어렵지만, 개인에게는 충분히 검토할 만한 후보군일 수 있다.
그렇다고 작다는 이유만으로 좋은 기회가 되는 것은 아니다. 작아서 싼 기업도 있지만, 작을 이유가 있어서 싼 기업도 있다. 유동성이 낮다는 것은 기회이기도 하고 리스크이기도 하다.
그래서 여기서 봐야 할 것은 단순하다. 이 기회는 작아서 싼 것인가, 작을 이유가 있어서 싼 것인가.
시장이 늦게 알아줄 때 버틸 수 있는가
기관은 맞는 판단을 해도 성과가 늦게 나타나면 버티기 어렵다.
내 계좌에서 6개월 성과가 나쁜 것과 고객 자금으로 6개월 성과가 나쁜 것은 다르다. 펀드는 벤치마크와 비교되고, 분기 성과를 설명해야 하며, 환매와 내부 리스크 한도를 신경 써야 한다. 투자 아이디어가 맞더라도 시장이 너무 늦게 알아주면 그 기간 동안 계속 압박을 받는다.
Shleifer와 Vishny의 The Limits of Arbitrage도 같은 문제를 다룬다. 가격이 잘못되어 있다고 믿더라도, 위임받은 자본을 운용하는 전문 투자자는 고객 자금과 단기 성과 압박을 받는다. mispricing이 더 커지는 동안에는 오히려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
개인은 이 압박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매달 고객에게 설명하지 않아도 되고, 벤치마크를 반드시 따라가야 하는 조직적 의무도 없다. 자기 돈의 성격이 허락한다면 더 긴 기간을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기다릴 수 있다는 말은 위험하다. 기다림은 가장 쉽게 미화되는 행동이다. 손실을 인정하기 싫어서 기다리는 것도 기다림이고, 투자 가설(Thesis)이 살아 있어서 기다리는 것도 기다림이다. 겉으로는 둘 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Howard Marks가 말하듯 남과 다른 판단은 바로 보상받지 못할 수 있다. 너무 앞서 있으면 한동안 실패처럼 보일 수 있다. 그래서 시간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은 개인에게 중요한 장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자유는 반드시 기록과 함께 쓰여야 한다. 왜 기다리는가. 무엇이 나오면 내가 틀렸다고 볼 것인가. 언제 다시 확인할 것인가. 이 기준이 없으면 기다림은 전략이 아니라 감정의 연장이다.
그래서 기다림은 이렇게 구분해야 한다. 나는 기다릴 수 있어서 기다리는가, 설명할 근거가 있어서 기다리는가.
먼저 본 단서는 아직 투자 근거가 아니다
Peter Lynch가 말한 개인투자자의 장점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개인은 자기 생활, 직업, 소비 경험에서 어떤 변화를 먼저 볼 수 있다. 어떤 제품이 갑자기 많이 쓰이기 시작했는지, 어떤 서비스가 주변 사람들의 습관을 바꾸는지, 어떤 업계에서 비용 구조가 달라지는지 직접 볼 수 있다.
이런 관찰은 기관 리포트보다 빠를 수 있다.
하지만 빠른 관찰은 투자 근거가 아니다. 출발점일 뿐이다.
“내가 써봤더니 좋다”는 말은 투자 가설이 아니다. “주변에서 많이 보인다”는 말도 투자 가설이 아니다. 관찰이 투자 근거가 되려면 검증 가능한 숫자와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 매출 성장으로 이어지는가. 고객 유지율이 높아지는가. 가격을 올릴 수 있는가. margin이 좋아지는가. 경쟁사가 따라오기 어려운 구조인가. 그 성장이 추가 자본을 얼마나 필요로 하는가.
한국 개인투자자에게도 이런 순간은 있다. 직장에서 특정 소프트웨어의 도입 속도를 먼저 볼 수 있고, 소비자로서 어떤 브랜드의 가격 결정력을 느낄 수 있고, 특정 산업 안에서 고객의 태도가 바뀌는 장면을 먼저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장면이 곧바로 투자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
개인의 장점은 생활 속 단서를 먼저 보는 데 있을 수 있다. 하지만 John Burr가 관심 있는 지점은 그 다음이다. 그 단서를 기업이 돈을 버는 구조로 번역할 수 있는가.
이때 기준은 단순하다. 내가 먼저 본 것은 투자 근거인가, 아직 검증되지 않은 관찰인가.
자유는 원칙이 없을 때 약점이 된다
개인은 기관보다 자유롭다. 그러나 그 자유는 자주 약점이 된다.
개인은 내부 리스크 위원회가 없다. 투자 메모를 쓰지 않아도 된다. 포지션 크기를 검토해주는 사람이 없다. 어제 산 종목을 오늘 팔아도 누구에게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잘 쓰면 빠르고 유연하지만, 잘못 쓰면 충동적이다.
문제는 이 자유가 MTS 안에서는 너무 쉽게 실행된다는 점이다. 뉴스 하나, 유튜브 한 문장, 커뮤니티의 분위기, 갑작스러운 수익률 변동이 바로 매수와 매도로 이어질 수 있다. 기관처럼 보이고 싶어서 빠른 정보 게임을 따라가지만, 실제로는 기관보다 적은 정보와 더 약한 통제 장치로 같은 게임을 하는 셈이다.
Barber와 Odean의 Trading is Hazardous to Your Wealth는 이 점을 차갑게 보여준다. 1991년부터 1996년까지 미국 개인투자자 66,465가구의 거래 계좌를 분석한 이 연구에서, 거래가 가장 잦은 그룹의 수익률은 시장 수익률보다 낮았다. 연구는 높은 거래 회전율과 낮은 성과의 배경으로 overconfidence를 지목했다.
개인의 자유가 항상 우위라면 이런 결과는 설명하기 어렵다.
자유는 원칙이 있을 때만 우위다. 기록이 없으면 자유는 기억의 왜곡으로 바뀐다. 비중 기준이 없으면 자유는 과신으로 바뀐다. 반증 기준이 없으면 자유는 손실 회피로 바뀐다. 너무 자주 사고팔면 자유는 비용과 실수로 바뀐다.
그래서 개인이 기관보다 불리해지는 순간은 분명하다.
- 남들보다 빠르게 뉴스를 해석하려 할 때
- 과도한 레버리지를 쓸 때
- 포지션 크기가 판단력을 망칠 때
- 기록 없이 기억으로 투자할 때
- 변동성을 견딘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손실을 미루고 있을 때
개인이 기관의 게임을 더 불리한 조건으로 따라 하면, 개인의 자유는 장점이 아니다. 그냥 보호장치가 없는 불리함이다.
우위는 다른 게임을 할 때만 생긴다
SPIVA 같은 자료는 전문가에게도 벤치마크를 장기간 이기는 일이 쉽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기관도 못하니 개인은 이긴다”는 결론이 나오지는 않는다. 오히려 반대다. 같은 게임은 어렵다. 개인이 그 게임을 그대로 따라 하면 더 어렵다.
개인의 우위는 자유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자유를 원칙 있게 다루는 능력이다. 작은 기회를 보더라도 왜 싼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기다릴 수 있더라도 무엇이 나오면 틀렸다고 볼지 정해야 한다. 기관이 가진 도구를 부러워하기보다, 기관이 할 수 없는 일을 내가 하고 있는지 봐야 한다.
개인의 우위는 정보량의 문제가 아니라, 게임 선택의 문제다.
나는 기관이 못 하는 일을 하고 있는가, 아니면 기관보다 못한 방식으로 같은 게임을 하고 있는가.